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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골프: 힘 있는 자의 여유

꿈꾸는 소시민 2025. 7. 27. 23:12

2025년 7월 27일, 세계는 여전히 혼란 속에 빠져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은 또다시 불발되었고, EU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피 말리는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긴장감으로 팽팽하고, 각국 리더들은 밤낮없이 머리를 싸매며 전략을 짜내느라 정신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스코틀랜드, 트럼프 소유의 호화로운 턴베리 골프장에서 여유롭게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노래나 흥얼거리고 있다. 이 장면, 어쩌면 21세기 마키아벨리즘의 교과서적인 풍경이 아닐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4512
 

트럼프의 골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상징이자, 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의 극치다. 세계가 그의 말 한마디에 숨을 죽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그의 트윗 하나에 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그는 잔디 깎인 페어웨이 위에서 느긋하게 공을 굴린다. 이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내가 이 게임의 주인"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퍼포먼스다. 상대방이 땀 흘리며 협상 문서를 뒤적일 때, 그는 골프 카트를 타고 미소 지으며 지나간다. 이게 바로 마키아벨리가 말한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기술 아닐까?

 

한미 관세 협상이 결렬된 건 놀랍지도 않다. 트럼프는 협상에서 밀리지 않는 걸 넘어, 상대가 절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데 도가 텄다. EU와의 협상도 마찬가지다. 브뤼셀의 관료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려 애쓸 때, 그는 스코틀랜드의 푸른 언덕 위에서 18번 홀을 공략하고 있다. 이 여유로움은 단순한 무심함이 아니다. 그는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길 기다리며, 그 와중에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는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그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무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18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골프 실력은 핸디캡 2.8로 아마추어 고수다. 2015년 6월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라운드 중인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제공 | 더 골프
 

이 장면을 보며 떠오르는 건 마키아벨리의 냉소적인 조언이다. "군주는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이 원칙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협상 상대들에게 "내가 급할 것 없다"는 태도로 압박을 가한다. 세계가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동안, 그는 골프 클럽을 쥐고 여유를 부린다. 이건 단순한 오만이 아니라 계산된 전략이다. 그의 여유는 약한 자를 조롱하는 동시에 강자의 자신감을 뽐내는 행위다.

 

그렇다면 이 골프 퍼포먼스는 과연 성공적일까? 적어도 트럼프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든, 골프 코스에서든, 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 한미 협상 결렬? EU의 고심? 그에겐 다음 홀로 넘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세계가 그의 골프 스윙에 맞춰 춤추길 기다리며, 그는 또 한 번의 샷을 준비한다. 이게 바로 힘 있는 자의 논리다. 그리고 그 논리는 잔인할 만큼 단순하다: "내가 이기고, 너희는 애쓰는 거야."

 

이 시니컬한 광경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분노? 무력감? 아니면 그저 한 수 배운 듯한 씁쓸함? 트럼프의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대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그는 여전히, 느긋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