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소년은 푸른 꿈을 가졌다.
너무도 많은 꿈을 가졌기에, 그것들을 어떻게 돌아가며 꾸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찬란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소년은, 꿈이 있어 아름답다고.
맞는 말이었다. 꿈을 품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무한히 넓고, 삶은 찬란히 빛났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소년은 자라났다.
그 많던 꿈들은 하나둘 작아졌고, 어떤 꿈은 조용히 사라졌다.
현실이라는 파도 속에 발을 담그자, 이상은 점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하루하루는 그렇게 바쁘고 고달프게 흘러갔고, 성취보다는 생존이 먼저였다.
원대한 꿈과 이상은 점점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버렸고,
그것들은 어느새 부질없고 한가한 사치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문득 멈춰 서서 생각했다.
‘그때 왜 그런 허황된 꿈을 꾸었을까.’
가슴이 시큰해지고, 쓸쓸한 자책이 마음을 스치곤 했다.
이렇게, 어느덧 삶의 후반에 이르렀다.
거울 속의 나는 이제 백발이 희끗희끗하고,
눈가의 주름에는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런 어느 날, 오래된 흑백 영상 하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마틴 루터 킹.
그가 워싱턴 광장에서 힘주어 외쳤던 그날의 연설.
"I have a dream."
그 울림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젊은 시절, 나는 그 연설에 전율했다.
나도 꿈이 있다고, 나도 변화의 한 걸음이 되리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의 뜨거운 심장, 반짝이던 눈빛,
무언가를 향해 멈추지 않던 발걸음.
지금 나는 다시금 묻는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비록 그 꿈이 예전처럼 크고 찬란하지는 않을지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아닐지라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마음,
내일의 작은 기쁨을 기대하는 설렘,
그런 작고 조용한 꿈 하나쯤은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지 않은가.
꿈은 때로 변하고, 작아지고, 모양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도, 어쩌면 여전히
내 안의 조용한 꿈을 꾼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