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사에서 "맞벌이는 기본, 아이는 선택 아닌가요?"라는 문구를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이가 '선택'이라는 말이 주는 충격은 단순히 개인적인 놀라움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옛날에도 아이는 '희망'이자 '삶의 당연한 부분'이었는데, 어쩌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도 모르게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쩌다 이 정도로 생활에 찌들고 젊은이들에게까지 이렇게 각박한 생각을 하게 했을까?" 동시에,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시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리만 편히 살면 된다'는 젊은 세대의 이기심도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날카로운 질문 말입니다.
충격적인 현실: 세계 최저 출산율의 대한민국
이러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단순히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합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충격적인 출생률 추이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2000년대 진입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4년 4분기에는 0.65명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초 0.6명대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심지어 2021년 OECD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 vs 이기심: 복합적인 시선
이러한 암울한 출산율의 이면에는 분명 현실적인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치솟는 생활비와 주거 부담: 급격히 오른 집값, 감당하기 어려운 전세금, 그리고 매달 허덕이게 하는 고물가는 젊은 세대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둘이 벌어도 살기 빠듯한데, 아이까지 낳으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 육아 및 교육의 부담: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소 한 마리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육아와 교육에 드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불안정한 보육 시스템, 사교육 경쟁 심화 등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큰 요인입니다.
- 경력 단절과 불안정한 미래: 특히 여성에게 육아는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은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큰 이유가 됩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과거 부모 세대처럼 헌신적으로 희생하며 살기보다, '자신들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태도가 지나쳐 '이기심'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나만 편하면 된다", "나의 자유와 여가, 경제적 여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과거에는 부모의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러한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넘어선, 삶의 깊은 의미와 책임감을 동반하는 일인데, 이를 회피하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는 우려인 것이죠.
"아이는 기본, 맞벌이는 선택"을 꿈꾸며
저는 이 글귀가 궁극적으로는 "아이는 기본, 맞벌이는 선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개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정부와 사회가 모두 책임질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희생'만을 강요받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가치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보상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돈 몇 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현실적인 벽을 허물고, 동시에 아이를 통한 삶의 충만함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고, 경력 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무엇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맞벌이는 기본, 아이는 선택"이라는 씁쓸한 말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금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