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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장례식’ 치른 연극배우 박정자씨

꿈꾸는 소시민 2025. 6. 15. 07:23

여러분! **"생전 장례식"**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농민신문"에 아래와 같이 생전 장례식 기사가 있어 간추려 가져와 봤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연극배우 박정자, 살아생전 '나다운 장례식' 치르다!

"내 삶이니까, 마지막 모습도 내 권리지요."

 

이 말을 환하게 웃으며 건네는 분은 83세의 연극배우 박정자 씨입니다. 지난 5월 25일, 강릉 순포 해변에서 그녀의 아주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보통 장례식이라고 하면 눈물과 슬픔이 가득한 엄숙한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박정자 씨의 장례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한바탕 흥겨운 축제처럼, 웃음과 온기로 가득한 '잔치'였다고 해요.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치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이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강원 강릉 순포해변에서 열린 축제 같은 ‘생전 장례식’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있다. 쥬네스

눈물 대신 웃음, '배우 박정자'의 마지막 무대!

박정자 씨의 생전 장례식은 유준상 감독의 독립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마지막 촬영을 겸해 열렸습니다.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80대 여배우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데, 영화 내용처럼 박정자 씨의 실제 장례식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장례식 날, 박정자 씨는 수의 대신 연둣빛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고 '고인'의 자리에 섰습니다. 친구가 만든 귀여운 미니어처 상여를 들고 어깨춤을 추며 해변을 걷자, 150명이 넘는 지인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들은 '초대장' 대신 받은 '부고장'에 적힌 대로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왔죠. 작품 제목이 적힌 만장을 흔들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 준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헤어지는 장면도 축제처럼 하고 싶었는데, 웃으면서 보내주고 떠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그녀의 말처럼 장례식은 슬픔보다는 기억과 축하로 가득했습니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수많은 죽음을 연기했던 그녀이기에, 자신의 죽음조차도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표현한, 그야말로 멋진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연둣빛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박정자씨가 만장 행렬을 함께하며 지인들과 흥겹게 춤을 추고있다. 권오두

"관 속이 이렇게 평화로울 줄이야…" 죽음을 통해 얻은 '보너스 삶'

박정자 씨는 이번이 두 번째로 관에 누워본 경험이라고 합니다. 처음은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에서였는데, 그때도 "조명이 따뜻한 이불 같았다. 죽음이 이런 거라면 참 안락하다고 느꼈다"고 말했을 정도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번 강릉 바닷가에서는 더 특별한 감정, 바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관 속이 너무 따뜻하고 평화로웠어요. 고해 같던 인생을 내려놓는 순간,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느꼈죠."

그녀는 장례식을 치른 이후의 시간을 **'보너스 삶'**이라고 부릅니다. "욕심도, 미움도, 두려움도 벗어났어요. 이제부터는 조금 더 단단하고 가벼운 삶이에요."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 정리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평온함을 얻게 된 것이죠.


"죽는 사람에게도 권리가 있잖아요" 존엄한 마지막을 위한 준비

박정자 씨가 이렇게 담담하고 아름답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자신의 묫자리를 미리 정해두고, 가족들과 소풍 가듯 그곳에 다녀오면서 "여기가 내 자리야"라며 웃으셨다고 해요.

 

그녀는 시어머니의 지혜를 이어받아 자신의 마지막을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 묫자리부터 수의까지 미리 준비: 훗날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안장 계획을 세웠고, 자신과 남편의 수의도 미리 준비해 보관 장소까지 가족에게 일러뒀다고 합니다. 심지어 현재 투병 중인 친구이자 동료 배우인 윤석화 씨의 수의까지 챙겨뒀다고 하니, 그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시죠.
  •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거부: 그녀는 기계에 의존하는 삶은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난 충분히 살았어요. 죽는 사람에게도 권리가 있잖아요. 누구나 존엄하게, 아름답게, 명예롭게 죽을 권리 말이에요." 그녀의 단호하지만 따뜻한 목소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한 인간의 존엄성이 느껴집니다.
강원 강릉 앞바다에서 박정자씨가 미니어처 상여를 들고 자신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권오두

"내 인생의 무게가 이것밖에 안 되네" 깨달음과 남은 삶에 대한 다짐

작년에 박정자 씨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의 대본, 영상, 사진 등을 아르코예술기록원에 맡기며 배우로서의 삶을 한 차례 정리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책으로 엮을 생각에 자료를 모아뒀었는데, 막상 그것들이 '한 손에 들릴 정도로 단출했다'고 해요. 그 순간 그녀는 "이것이 내 인생의 무게인가? 이것밖에 안 되네"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거창하게 여기지만, 결국 담백하고 평범한 것이 우리 삶의 본모습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죠.

 

박정자 씨는 자신이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모습이 "결코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영감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생전 장례식'**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당당한 선언이었고, 그동안 함께해 온 이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겸허한 의례였습니다. 동시에 남은 시간을 온전히 '자기답게' 살아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내 삶을 스스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왔어요. 누구나 끝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오잖아요. 그러니 부디 남은 시간만큼은 더 충만하길 바라고, 마지막 모습도 나답길 원하는 거죠."


연극배우 박정자 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물론 연극배우로서 자신의 장례식을 소재로 한 연극 퍼포먼스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장례식을 본인이 치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저의 정신적 세계로는 완전히 소화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