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리
우리도 저들처럼 얽어져 백년까지 살고저
- 정철의 사미인곡 (思美人曲) 중에서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송강 정철의 시조 **『사미인곡』**은 이 첫 구절로 시작하며, 세상의 온갖 풍파와 조건을 초월한 사랑의 염원을 담고 있어요. 만수산 드렁칡이 서로 얽히듯, 사랑하는 이와 백 년을 함께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단순한 연애의 서정을 넘어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죠. 이 시조를 곱씹다 보면, 우리의 삶에 얽히고설킨 인연과 그 안에서 찾게 되는 의미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복잡한 삶, 그리고 얽히고설킨 인연
현대인의 삶은 참 복잡다단합니다. 끝없는 경쟁, 빠르게 변하는 세상,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를 끊임없이 흔들죠. 스마트폰 화면 속 알림은 쌓이고, 해야 할 일 목록은 길어지며,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남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는 누군가와 얽히고, 그 얽힘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습니다. 정철의 드렁칡처럼, 우리의 인연은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필연적으로 엮여요. 가족, 친구, 연인, 혹은 잠깐 스쳐 지나간 낯선 이와의 만남까지—이 모든 관계는 우리 삶의 뿌리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덩굴과도 같습니다.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이 구절은 세상의 조건과 상황에 연연하지 말라는 초탈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조건에 너무 쉽게 흔들리곤 해요. 더 나은 직장,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인정—이런 것들이 마치 삶의 유일한 목표처럼 여겨지며,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립니다. 그러나 정철은 묻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 것들이 과연 무엇이기에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빼앗는가? 진정 중요한 것은 만수산 드렁칡처럼 서로에게 얽혀 함께 살아가는 순간들이 아닐까?
드렁칡처럼 얽힌 따뜻한 대화
예전, 친구들 사이에서 오고 갔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한 친구가 직장에서 승진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하며, 자신이 뒤처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대요. 그 순간, 다른 친구는 “이런들 어떠리”라는 구절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승진이 되든, 실패가 되든, 삶의 본질은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나누는 웃음, 그리고 서로를 지탱해주는 손길에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네가 지금 여기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이, 어쩌면 그 승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걸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친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요. 그 순간, 그들은 마치 드렁칡처럼 서로에게 얽혀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있었던 거죠.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
삶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드렁칡처럼 얽힌 인연도 풀기 어려운 매듭이 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기도 하죠. 하지만 그 얽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갑니다. **『사미인곡』**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비단 연인과의 사랑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 소중한 가치를 찾아 서로에게 얽혀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혜가 아닐까요?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수놓는 다양한 인연들, 여러분은 어떤 드렁칡에 얽혀 행복을 느끼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