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있다. 그저 흔해 빠진 물을 기발한 말재주로 귀한 상품으로 둔갑시켜 큰돈을 번 희대의 사기꾼. 그런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이 전설이 부활했다는 소식이다. 충남 금산군 월명동의 한 약수터에서 말이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 이번엔 '대동강' 대신 '월명수'라는 이름으로 약수터 물을 팔아 20억 원을 벌어들인 혐의로 기소됐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웃기지만 전혀 웃을 수 없는 이야기로.
물 한 병에 얹은 '기적'의 가격표
JMS 측은 월명동 수련원 약수터 물을 '월명수'라 이름 붙이고, 신도들 사이에 "이 물을 마시면 온갖 병이 낫는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저 땅에서 솟아나는 평범한 물에 '신비한 효능'이라는 거창한 포장을 씌운 것이다. 가격은 무려 2리터 한 병에 1만 원. 심지어 500ml를 떠가고 싶어도 전용 컵을 따로 사야 했다니, 이쯤 되면 물장사도 일종의 예술이다. 물 한 모금에 신앙과 희망이라는 값비싼 감정을 얹어 팔았으니, 봉이 김선달도 이쯤 되면 고개를 숙일 상술이다.
2019년부터 약 4년간 국내외 신도들을 대상으로 이 물장사를 벌여 챙긴 돈이 무려 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불치병까지 낫게 해준다는 홍보를 곁들였으니, 이건 단순히 물을 판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절박한 믿음을 돈으로 환산한 셈이다. 당연히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허가 없이 물을 판매하거나 채취, 운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JMS는 이런 사소한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그들의 세계에는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했을 테니 말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의 상술, 그 씁쓸한 경계
정명석은 이미 여러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이다. 그런데도 추가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제는 물장사로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그의 행보는 마치 '신앙'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상술'의 연속처럼 보인다. 월명수를 둘러싼 사건은 단순히 물을 판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의 순수한 믿음을 조직적으로 이용해 돈을 갈취한, 그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신도들의 경험담을 담은 책까지 출간했다고 하니, 마케팅 전략까지 치밀하게 세운 셈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 때도 그는 물 자체가 아니라 '이 물에 얽힌 이야기'를 팔았다. 정명석의 월명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평범한 약수터 물에 '기적'이라는 스토리를 입히고, 신도들의 절박한 믿음을 자극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종교의 이름 아래 이런 천박한 상술이 버젓이 자행된다는 사실이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법의 심판대,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
대전지검은 정명석과 JMS 전 대표 A씨를 먹는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제 법정에서 이 물장사의 실체가 낱낱이 파헤쳐질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종교'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용당하고 착취당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보건범죄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고 하니, 이런 행태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이 더 소름 돋게 만든다.
월명수 사건은 정명석과 JMS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신도들의 믿음을 돈으로 바꾸고, 약수터 물에 '기적'을 덧씌워 판 그들의 행태는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 재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봉이 김선달은 전설 속 인물로 남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면, 정명석의 이야기는 수많은 피해자와 상처를 남긴 비극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2025년 8월, 정명석은 또다시 법정에 선다. 월명수로 벌어들인 20억 원은 단순한 돈의 액수가 아니라, 신앙을 이용한 조직적인 상술의 결과물이다. 과연 법정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그리고 이 현대판 물장사가 어떤 교훈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물 한 모금에도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희망이 될지, 씁쓸한 속임수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물을 파는 사람의 양심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